
우승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먼 존재. 팀 리퀴드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습니다. 펍지 이스포츠가 출범한 초기부터 꾸준히 국제 대회에 참가해 온 팀이자, 누구보다 국제전 우승을 간절히 바라던 팀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전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지역 리그에서는 종종 우승을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기에, 많은 펍지 이스포츠 팬들은 이 팀이 과연 언제 정상에 오를지 고대해 왔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로스터를 교체했고, 한때는 이스포츠 무대를 떠나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 온 끝에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오랜 기다림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 리퀴드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팀 리퀴드는 최초의 펍지 이스포츠 국제 대회라고 할 수 있는 2017 게임스컴 인비테이셔널에서 종합 4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이후 2018 PGI에서는 1인칭과 3인칭 부문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서드파티 대회였던 스타 시리즈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열린 GLL 등에서도 우승을 거머 쥐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국제 대회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이어 가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인 펍지 이스포츠의 국제 대회 체계가 자리 잡은 이후 PGS, PGC에서도 좀처럼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죠.
국제전 성적에 아쉬움이 남았던 것과는 별개로, 팀 리퀴드를 거쳐 간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습니다. 2018 PGI 준우승을 이끈 주역이자 현재 Virtus.pro의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ibiza가 대표적입니다. 이른바 영혼의 쌍둥이 듀오로 불렸던 Sambty와 Jembty 형제 역시 팀 리퀴드 출신이었습니다. 유럽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혔던 Jeemz와 Vard도 이 팀을 거쳐 갔습니다. 선수들의 면면만 놓고 보더라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전력이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선수 구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전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팀 리퀴드는 2022년 8월 공식 해체를 선언했고, 2017년부터 이어져 온 팀의 역사는 한 차례 막을 내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2025년 3월, 팀 리퀴드는 북미 지역에서 TSM 소속으로 활동했던 PurdyKurty, Luke12, aLOW, sparkingg를 영입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그해 미국 리그인 PAS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분위기 반전을 예고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다시 한번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PGS와 PGC에서 모두 하위권에 머무르며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팀 리퀴드는 Al Qadsiah에서 활동하던 cowboi를 영입했습니다. 2005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제 대회에서 경험을 쌓아 온 그의 개인 기량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번 PGS 11에서도 총 18킬을 기록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생존에서도 끈질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명실상부 팀의 새로운 선봉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PGS 9 우승의 주역이자 젠지에서 활동했던 diyy 선수까지 긴급 영입하며 전력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cowboi와 diyy는 일찍이 Al Qadsiah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사이입니다. 두 선수가 경기에서 다른 팀들을 각개격파할 때 보여 주는 파괴력과 시너지는 남다릅니다. 이번 PGS 11에서 diyy는 전체 선수 중 가장 많은 18회의 기절을 기록하며, 중요한 길목마다 먼저 교전의 포문을 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특히 위기의 순간마다 보여주는 높은 집중력은 앞으로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Luke12 역시 팀 리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입니다. 2018년 데뷔한 이래 꾸준한 기량을 선보여 온 베테랑으로, 국제 대회 경험도 풍부합니다. 지금까지 열린 모든 PUBG Nations Cup에 참가한 세 명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도 펍지 이스포츠 전체를 통틀어 보기 드문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오랜 선수 생활에 비해 국제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 화려한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PurdyKurty와 가장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팀원인 만큼, Purdy가 원하는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실수가 적고 정교한 사격을 구사한다는 점 역시 Luke12의 강점입니다.
한편, 젊고 뛰어난 피지컬을 갖춘 선수들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1993년생이라는 나이는 분명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선수 생활을 이어 가는 대신 감독이나 코치로 전향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만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Dignitas, Shoot To Kill, Lazarus, TSM, Luminosity Gaming 등 그가 몸담았던 팀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긴 선수 생활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해체된 팀도 적지 않습니다. 수많은 팀을 거치고 여러 차례 좌절을 겪었지만, 그는 끝내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8년 데뷔 이후 수많은 대회를 치러 온 이 백전노장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지휘를 믿고 따라와 줄 팀원들이었습니다. 선수 생활 내내 그의 곁에는 뛰어난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팀원이자 든든한 왼팔이었던 aLow는 물론, 남미를 대표하는 공격수이자 2026 PNC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sparkingg과도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뛰어난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음에도 PurdyKurty는 국제전 우승의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오랫동안 함께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팀을 떠났고, 2026년 전반기에는 아쉬운 성적까지 이어졌습니다. PurdyKurty에게도 좌절할 만한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반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6 PGS 10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멈춰 선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경기를 치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농익은 운영을 펼쳐 경쟁 팀들을 무력화 시켰습니다.

2026년 10월 25일에 열린 PGS 11에서 PurdyKurty는 마침내 우승 트로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었습니다. 데뷔한 지 9년 만에 이뤄 낸 국제전 우승이었습니다. 팀 리퀴드 역시 창단 9년 만에 국제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 쥐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함께 걸어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팀 리퀴드의 역사에는 수많은 선수가 함께했지만, 마침내 우승을 이뤄 낸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 온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습니다. 어쩌면 팀 리퀴드에 필요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팀 리퀴드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지수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