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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S 8: Masterpiece(걸작)
2026-08-23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것들이 파괴됩니다. 단숨에 태어나는 명작은 없습니다. 때론 완성되지 못한 채 끝이 날 때도 있죠. 수많은 시도와 실패작이 줄을 잇고 나서야 걸작은 가까스로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슈퍼스타로 태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죠. 여기, 인고의 시간을 거쳐 시대를 아우르는 선수가 되어버린 이들을 소개합니다.


`KISS of Death` KISS - Panwanitchayakit

 2003년생. 데뷔는 2022년. Valee Thai Esports라는 팀 소속으로 24년 세계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변칙적인 포지셔닝과 과감한 암살 등으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죠. 그러나 Valee Thai Esports 소속 당시엔 이렇다 할 만한 성적이라곤 2024 EWC 16위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죠.


 이후 Forest Natural Gaming에서 Olympus, Baren, Scappy 선수와 함께하며 2025 PGS 7 6위, 2025 PGS 8 5위 등 굵직한 기록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수많은 태국 내 베테랑 선수들을 제치고 2025 PNC엔 태국 국가대표로 선발, 3위까지 차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유를 그냥 경기로 증명해버린 선수였죠.


 25년 후반기 PGC를 앞두고 열린 PGS 10에선 3위까지 기록하며, 강력한 PGC 우승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합니다. 그런 상승세 덕분인지 태국의 인기 팀이자 근본 팀이라고 할 수 있는 Made In Thailand가 Forest Natural Gaming의 로스터 전체를 인수하기까지 하죠. 이 과정에서 KISS 선수가 미친 영향은 대단히 컸습니다. 팀 교전의 시작이자 끝을 KISS가 장식했고, 대회 명장면 또한 숱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가장 기대했던 펍지 이스포츠 최고의 대회 PGC 2025에서 23위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고야 맙니다. 되려 다른 팀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같은 지역 팀 FULL SENSE가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죠.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료 Olympus 선수와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이후, EA의 인기스타 Jacob 선수를 IGL로 영입해 다시 합을 맞추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초반엔 다소 삐걱거렸으나 이내 팀 플레이가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경기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예전 KISS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변칙적인 포지셔닝과 암살이 주특기였다면, 이제 그는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팀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을 정확히 인지하며, 앞에서 휘젓는 인파이팅이 주력 무기가 되었습니다. 동물적인 반응 속도, 정확한 투척, 마치 건물 내부를 뚫어보는 듯한 공간 지각 능력, 상대방의 타이밍을 뺏는 리듬감까지. 이 모든 것들을 갖춘 KISS 선수를 막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았죠. 그리고 Made In Thailand는 2026 PGS 4와 6를 우승. 26년 PGS를 2회 제패한 최초의 팀이 됩니다. KISS 선수는 PGS MOM 리더보드에서 10회로 전체 1위를 차지했죠.


PGS 6 MVP 키스 킬 하이라이트
(출처 : 유튜브 해묵)

 

 태국 지역의 대표 아이콘이자,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만큼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선수임이 분명하며, PGC 우승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차지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이 선수의 모든 것을 기억해 두길 바랍니다. 필시 위대한 선수로 거듭날 것입니다. 


`High-Level` NIXZYEE - Nino Mikec

 솔직한 마음으로 그저 그런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데뷔년도도 오래되었고, 유럽 강호들 사이에서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한 선수였으니까요. 명문 팀을 전전한 것도 아니었고, 이렇다 할 인상적인 성적 또한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퍼포먼스 또한 뇌리에 남지 않았었죠. 수년 간의 펍지 이스포츠의 역사가 쓰이고 있을 때, NIXZYEE 선수에게 할당된 페이지는 없었습니다.

 

 그가 2020년 펍지 프로씬에 처음 등장한 이후, 2024년 중반까지도 눈에 확 띄는 성과가 없었습니다. 무려 4년. 이쯤되면, 포기할 만도 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선수들도 한풀 꺾이고 나선 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전장을 떠났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가진 모든 것 중에 가장 강인했던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집념과 노력, 승리를 염원하는 불꽃 하나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도록 꺼지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불꽃을 때론 근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2024년. 펍지 이스포츠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ibiza, 한때 유럽 리그를 제패했던 전설의 팀 Entropiq 소속인 Lukarux와 팀을 이뤄 Virtus.pro에 입단, 서서히 자신의 잠재력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그 해 11월에는 2021년 PGC에서 깜짝 준우승을 만들어냈던 Heroic의 저격수, Beami까지 영입해 전력을 한층 더 강화합니다. 그렇게 맞이한 2024년 PGC에서 Virtus.pro는 최종 4위를 기록합니다. 2위와 3위가 동점이었고, 우승 팀인 The Expendables와는 단 2점 차이였습니다. 4위를 기록한 Virtus.pro조차도 1위 팀과 7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던, PGC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구도였었죠. 그리곤 세계에 새로운 다크호스가 태어났음을 알렸죠.


 2025년 전반기 성적은 다소 아쉬웠습니다만, 6월엔 과거 Beami 선수의 Heroic 시절 동료이자, 유럽 최고의 명문 팀에서 활약한 curexi 선수를 영입하며 팀의 전력을 더욱 보강했습니다.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동료들이 뒷받침되고, 로스터에서 ibiza 선수가 코치로 전향하며 전략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것이 개선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고 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되었죠.


 이후 NIXZYEE 선수의 대활약 아래 Virtus.pro는 비약적인 커리어 도약을 하게 됩니다. 2025 PGS 9 2위, 다음 달에연이어 치러진 2025 PGS 10에선 우승을 차지했고, 그 해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PGC에선 준우승까지 기록하는 면모를 보여주었죠. 다채로운 전략과 더불어, 안정적인 오더, 승부의 갈림길에서 보여주는 집중력까지, 이 모든 것이 Virtus.pro에게 있었습니다. NIXZYEE 선수에게서 실수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선수는 올해 더 매서워졌습니다. 3인칭으로 대격변이 이뤄진 2026년. 많은 선수들이 길을 헤매고 적응하지 못할 때, 2026 PGS 서킷 1 파이널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기록했고, 뒤이어 펼쳐진 2026 PEC Spring에선 준우승을 기록했고, PGC에 버금가는 상금이 걸려 있던 2026 EWC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죠. 당장 지난번에 치러진 2026 PGS 7과 8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고, MOM은 7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정도로 성과로 만족할 수 없는 선수입니다.


 이 선수의 가장 큰 강점은 화려한 왼손 테크닉과 샷 집중력입니다. 특히나 앉았다 일어나며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고, 은폐와 엄폐를 활용해 쏘는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피킹 기술은 월드 클래스라고 볼 수 있죠. NIXZYEE 선수가 참여한 PGS 전체 106매치의 지표를 살펴봤을 때도 경기당 1.46킬, DPM 301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본인의 공을 동료에게 돌리는 겸손함마저 갖췄습니다. 다른 선수들과 비견하여, 여러모로 High-Level이라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 레벨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너무나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고점의 하이닉시 (출처 : 유튜브 펍지 이스포츠)


`One of a kind` TianTian - Zhan Haotian

2019년부터 활동했지만, 무명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뇌리에 깊게 남았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당시 PCS ASIA 채리티 쇼다운이란 대회가 있었는데, 야스나야 아파트 쪽에서 적 3명을 혼자서 다 쓸어담았을 때부터 이 선수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곤 이 선수가 국제 무대에서 호령할 날이 언젠간 올거라 확신했었습니다. 중국의 숨겨진 천재. TianTian의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앞서 말한 기나긴 무명 시간 뿐만 아니라, 팀의 성적 또한 신통치 않았습니다. Change The Game이란 중국 내 팀에서 아주 오랫동안 활동했었습니다. 친정 팀이라고 할만큼 오래 있었지만, 가끔 다른 팀으로 임대 또는 용병 생활을 떠나기도 했다. 방황의 시간이 꽤나 길었습니다.


 CTG가 그나마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24년 후반과 25년 중반 무렵이었습니다. 24년 후반에 열린 PCL Autumn에서 5위, 이후 2025년 여름에 개최된 EWC에선 15위를 기록하는 등, 국제 무대에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선수 경험 때문인지, 중국 내에선 숨겨진 보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같은 팀에서 활동하게 된 Wenbo와 더불어 좋은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던 찰나, 그들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죠.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17Gaming의 이야기를 해야만 합니다. 17Gaming은 PGC 2025에서 또 다시 무릎 꿇으며 우승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PGC를 제외한 국내 대회는 물론 PGS 같은 국제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이번에야말로 PGC에서 우승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세 또한 좋았기에, 중국 내에서도 기대하던 바가 컸죠. 하지만 이번에도 우승의 꿈은 멀어져만 갔습니다. 17Gaming에겐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하물며 26년은 3인칭으로 대변혁이 예고되어 있었기에 옥석 중의 옥석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인재들이 있었으니, 앞서 말한 Change The Game의 TianTian 선수와 WenBo 선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TianTian선수의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되었습니다. 26년 들어서 지형 파괴 업데이트가 이뤄지며, 레드존 혹은 박격포나 수류탄을 활용해 버티는 플레이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를 파훼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가 않은 상태죠. 박격포로 정확하게 타격해 구덩이에 들어가 버티고 있는 적들을 일순간에 무력화시키거나 킬을 빼먹는 플레이 등을 해외 유명 선수들이 자주 보여줬는데, 중국 내에선 실력자가 나오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TianTian선수의 박격포는 달랐습니다. 정확도는 물론이고 성공률 또한 박격포의 신으로 불리는 TGLTN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는 바가 없었습니다. 판처 파우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까지 능숙하게 다뤘습니다. 펍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무기에 능통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2026 PGS 8에서 우승했을 때의 기록은 압도적이기까지 합니다. 15경기에 출전해 25킬을 기록하고, 경기당 1.67킬, DPM 335를 뽑아내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이 선수의 가장 큰 강점은, 모든 상황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점입니다. 적의 가장 취약한 타이밍을 인지하여 갖고 있는 물자를 빠르게 파악한 뒤, 그중 가장 적절한 것을 사용해 적을 무력화시킵니다. 수류탄, 블루존 수류탄, 화염병, SR, 판처 파우스트, 박격포, 보급 총기 등 뭐든 가리지 않습니다. 이 선수의 손에 들어가면 모두 위험천만한 살상 병기로 거듭납니다. 숙련도 또한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생존 능력이 떨어지느냐? 잘 죽지도 않습니다. 무빙도 좋아서 적들에게 입는 데미지 수치도 엄청나게 낮습니다. 움직임도 좋고, 침착하면서도 잘 피하고, 역으로 잘 때립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까다로운 적은 없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중국의 새로운 천재를 맞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막을 휘젓는 범퍼카 (출처 : 펍지 이스포츠)

 걸작은 처음부터 완벽한 모습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수없이 깨지고, 다시 만들어지고, 때로는 버려질 뻔한 시간을 견뎌낸 끝에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됩니다.


KISS에게는 긴 시간의 시행착오가 있었고, NIXZYEE에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4년이 있었습니다. TianTian에게도 무명의 시간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부족했던 조각을 하나씩 채워나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결과물을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들을 단순히 뛰어난 선수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걸어온 시간을 알고 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지금의 압도적인 플레이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선택,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위에 세워진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걸작은 완벽해서 걸작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완벽해질 때까지 만들어졌기에 걸작이 됩니다.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하나의 걸작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지수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