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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PGS의 신화 : Made in Thailand
2026-06-12


 전 패배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저는 Natus Vincere, Virtus.pro, 그리고 17Gaming을 PGS 6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습니다. 다른 팀의 우승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더 승산이 높은 팀들이 있었기에 칼럼에서 제외한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무서울 만큼 단단해졌으며, 대회 내내 다른 팀들을 압도했습니다. 그래서 누가 우승했냐고요? 이번 칼럼은 PGS 6 우승 팀이자 태국의 근본 팀인 Made in Thailand (이하 MiTH)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MiTH는 2017년 창단됐습니다. 지역 내 대회는 모두 휩쓸고 다녔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태국 내 인기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 MinORu, Ezqelusia가 초창기 멤버였죠. 인기와 성적을 모두 잡은 것도 잠시, 태국 지역의 강호들에게 밀려 MiTH의 성적과 명성은 날이 갈수록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실력파 선수 DUCKMANZ를 영입하며 잠시 반등하는 듯했지만, 그것도 찰나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APAC의 주도권은 여전히 MiTH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2024년 CERBERUS ESPORTS가 Himass를 앞세워 PGS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12월 PGC 마저도 Delwyn이 이끄는 The Expendables이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25년 12월 PGC에선 태국 팀 FULL SENSE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MiTH는 최종 23위를 기록했죠. 

 

 그런 흐름에서 eArena(이하 EA)와 Forest Natural Gaming(이하 FNG)이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두 팀은 MiTH 대신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세계 대회 우승에는 닿지 못했으나,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나 EA의 `Jacob`은 떠오르는 태국의 슈퍼스타로 여겨졌었고, FNG의 주전 `KISS`, `Scappy`, `Baren`은 팀웍과 교전, 개인역량이 모두 탁월해 호평이 자자했던 선수들입니다. 

 

 25년 PGC 기간에 맞춰 MiTH는 앞서 말한 FNG 주전 선수 3명을 영입했고, 이듬해 26년 초 EA의 핵심 멤버이자 에이스 `Jacob`을 IGL로 영입, 전력을 한층 더 보강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특히나 기존 태국 선수들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선수들인데다가, 규모가 큰 국제 대회 경험이 적지 않았으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선수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조직력을 다질 수 있었기에 분명한 전력 상승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펍지 이스포츠의 흐름은, 각자의 역할 수행 능력이 뚜렷한 팀이 많았습니다. 오더는 총을 잘 못 쏴도 길을 잘 찾고 이후 팀의 방향성을 이끌어줄 수 있다면 훌륭한 오더로 평가받았었고, 공격수는 총을 잘 쏘고, 백업은 꼼꼼히 팀의 변수를 책임져야만 했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상황에 맞춰 모두가 오더를 할 수 있어야 하고, 팀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며 다 같이 총을 잘 쏘면서도 변수를 잘 체크해야만 국제대회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팀이 아니라면, 다른 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출난 구석이 있어야만 합니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모든 팀들을 눕히고 우승을 차지한 Natus Vincere(이하 NAVI)가 대표적인 팀이라 할 수 있는데요.

 

 MiTH는 좀 다릅니다. 침착하게 다른 팀들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게임을 하되, 본인들만의 계획이 확실합니다. 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충분하고, 피해를 입어도 복구해내는 회복 탄력성이 말도 안되게 좋죠. 게다가 다른 팀과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에이스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PGS 서킷 1과 2에선 많은 팀들이 우승을 한 번씩 나눠가진 것에 비해, 오직 MiTH만이 PGS 4와 6, 2회 우승을 차지한 유일한 팀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면서요.

 

 10개의 매치로 진행된 PGS 1,2,4,5는 논외로 치고 15개 매치를 치른 PGS 3와 비교를 해봅시다. PGS 3 우승팀 Virtus.pro(이하 VP)는 15개 매치 136점을 달성. 매치당 평균 획득 점수 9.06을 기록합니다. 보통 국제 대회를 우승한 팀들의 지표를 살펴보면 매치당 평균 8점 이상을 획득하며 9점,10점을 기록할 경우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101점을 따내며 2위를 기록한 EA와의 점수 차는 35점이었습니다.

 

 PGS 6를 우승한 MiTH는 앞서 말한 VP의 지표를 상회합니다. 총 획득 점수는 181점. 매치당 평균 획득 점수 12.06이라는 말도 안되는 수치를 기록했으며 97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한 DN SOOPers(이하 DNS)와는 무려 84점 차였습니다.  지난 9년간의 국제 대회에서 2위와 이렇게 압도적인 점수차를 내며 우승을 따낸 기록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점수를 낸 비결은 상당히 심플합니다. 많은 시나리오를 펼칠 수 있는 베이스 캠프를 단단히 지키고, 다른 팀들의 이벤트를 기다리며 야금야금 영역을 넓혀가고, 시나리오 확장에 있어서 변수가 될 수 있는 팀들을 먼저 제거하고, 본인들 영역에 침입할 수 있는 적을 강력하게 쫓아낸 뒤 전력을 유지하며 치킨을 획득합니다. 서클이 크게 벗어나면 최대한의 안전한 동선을 짜서 진입하여 끈질기게 버티며 꾸준히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점수를 확보해냅니다.

 

 일단 이런 스타일의 팀들의 기본적인 역량은 교전 능력이 막강합니다. 완벽한 플랜을 설계해도 그걸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면 무용지물인데, MiTH는 매치당 평균 1,269라는 DPM을 기록합니다. 지역 내 대회라면 모를까 국제 대회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런 수치를 기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각 지역 최고의 팀들 간의 대결에서 DPM이 900 이상이면 준수한 수치이고, 우승하는 팀들은 DPM 1,000 이상을 기록하지만 1,200? 이건 그 동안 갖고 있었던 데이터 자체를 파괴하는 수치입니다.



  그 데이터를 파괴하는 중심엔 MiTH 최고 에이스이자 태국 제일건 `KISS` 선수가 서 있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20킬대를 기록할 때 41킬을 기록하며 최고의 교전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데미지 또한 남다릅니다. 같은 팀 `Baren` 선수가 5,064 데미지를 기록했을 때, `KISS` 선수는 6,653이란

말도 안되는 지표를 뿜어냈습니다. 15매치 기준 DPM 443을 기록한 셈이죠. 국제 대회를 마치 지역 대회처럼 지배한 셈입니다. 태국제일건이 아니라 천하제일건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킬 스틸 또한 7킬로 전체 1위를 차지합니다. 기절 횟수 또한 27회로 중국의 Xwudd 선수와 함께 1위를 기록하죠. 

"피지컬에 노련함을 더하면 생기는 일" 🔥 농익은 개인 역량 MiTH_KISS

 

 원맨쇼에 가까운 플레이가 많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이 팀은 철저히 팀 플레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봐줄 수 있는 위치에서 함께 쏘고 함께 움직이고, 철저히 백업 거리를 유지하며 위치를 사수해냅니다. 아군이 누워도 즉각적으로 트레이드를 만들어내며 쉽사리 역습도 못 날리게 하고, 중요한 요충지를 사수해내는 수비력 또한 으뜸입니다. 함께 싸우는 지표인 어시스트 또한 65회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합니다.

"눈에 띄면 다 죽습니다" 💀 16킬 치킨 뜯어버린 Made in Thailand

 

 총만 잘 쏘냐? 그것 또한 아닙니다. 대치 중인 순간, 가지고 있는 모든 물자를 활용해 적을 압박하고 제압하는 것에 있어서도 창의력이 뛰어납니다. 그랜드 파이널 1일차 첫 매치의 치킨이 그걸 증명하고 있죠. 마지막 순간까지 보관한 차량과 C4 조합을 통해, 연막탄을 깔고 라인 싸움을 즐겨하는 DNS를 완벽하게 압살하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물러서는 순간 죽습니다" 🩸 치킨을 향한 전투 DNS vs MiTH

 

 더욱 무서운 점은 앞으로 있을 PNC 2026에 태국 대표로 2명이나 참전한다는 사실이고, 이 경험은 앞으로 있을 국제 대회에서 MiTH를 더 강인하게 만들 겁니다.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심어주는 팀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뚜렷한 약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MiTH는 당분간 많은 팀들을 고민과 시간의 방에 가둘 팀으로 거듭났습니다.



마치며

 9년 동안 펍지 이스포츠의 역사를 뒤져보면 APAC 지역이 주인공으로 거듭난 시절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람이 바뀌고 있습니다. 바람은 새로운 파도를 만들어내고 있고, 파도가 이내 해일이 되어 덮쳐올 때 우린 무기력하게 쓸려나갈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모든 팀들이, 모든 선수들이 대비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린 어쩌면 새로운 신화(myth)가 쓰여지는 한복판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수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