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지 못하면 죽는다.” 올해부터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는 기존의 1인칭(FPP) 체제에서 전면 3인칭(TPP) 체제로 전환되며, 전체적인 플레이 양상에도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TPP 환경에서는 시야 활용과 정보 우위의 가치가 더욱 커졌고, 지형 파괴를 통한 임시 엄폐 구축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전략적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따라서 기존 FPP 환경에서 정형화된 운영과 교전 중심 메타에 익숙했던 최상위권 팀들은 급변한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는데요. 반대로 상승세를 탄 팀들은 게임 내 변화를 빠르게 실전에 적용하며 적극적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메타 변화를 2026 PGS 4의 실제 경기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지형 파괴의 등장
2026년 4월 7일, 41.1 패치 버전부터 이스포츠와 경쟁전에도 지형 파괴 시스템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지형 파괴는 론도를 시작으로 태이고, 미라마, 에란겔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됐습니다. 초기에는 일반 매치에만 적용됐으며, 이 단계에서부터 지형 파괴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 이스포츠와 경쟁전에도 도입됐습니다다. (*사녹은 본 칼럼에서 제외)
특히 곡괭이라는 아이템이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곡괭이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지형 파괴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요소였기에 다소 생소했고, 땅을 파는 속도가 상당히 느렸기에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유저들에게 제2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프라이팬을 포기해야 했기에 곡괭이는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아이템이었습니다. 물론, 가방에 넣거나 트렁크에도 싣을 수 있었지만 기존 성능을 고려하면 아쉬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스포츠로 진행되는 모든 맵에서 지형 파괴가 적용되고, 성능까지 상향 패치가 이뤄진 이후부터는, 최고의 근접 무기이자 방패로 평가받던 프라이팬 대신 곡괭이가 선택받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경기에서도 개활지에 진입해 땅을 파고 진지를 구축하거나, 엄폐물이 없는 지형에 미리 잠입해 암살 포인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킬 포인트와 생존을 동시에 확보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곡괭이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곡괭이뿐만 아니라, 빠르게 진입해 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 공격적으로 쓰이던 요소들이 이제는 진입용, 수비용, 생존용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박격포와 수류탄입니다. 진입 예정 지점에 미리 박격포와 수류탄으로 구덩이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식은, 기존 전략적 포지션의 가치 자체를 뒤흔드는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대표적인 예시 입니다.
창의적인 운영법 (2026 PGS 4 Final Stage D1 M2)
https://youtube.com/shorts/6Duf8f5EOHY?si=wkHRX2551pgYVxqo
미친 박격포 활용법 (2026 PGS 4 Final Stage D1 M3)
https://youtube.com/shorts/wuF2fUcWAvI?si=GlVKZtyBcL2E4GiI
간절했던 그의 곡괭이 (2026 PGS Group Stage A+C M3)
https://youtube.com/shorts/R8ShHf01uzM?si=Qa3eQ4IaqklzpHub
실제로 2026 PGS Circuit 1 당시 부진하며 3연속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던 Gen.G는, 위와 같은 운영법을 실제 경기에서 구현해내며, 이번 PGS 4 파이널에서는 최종 6위까지 올라서며 뚜렷한 반등세를 보여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형 파괴를 이용해 앞으로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지형 파괴 메타는 앞으로 훨씬 더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레드존 카운팅
필자가 해설할 때 미리 언급했던 전략이고, 이미 한국 지역 대회인 PWS에 나온 바 있었던 검증된 전략이기도 합니다. 기존 레드존이 그저 유저에게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다면 이제는 이를 기회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스포츠와 경쟁전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레드존을 지형 파괴와 연동하여 카운팅을 해놓는다면, 이후 제대로 진입하기 힘든 평지나 상황에서도 외곽을 맴돌던 팀들 입장에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C4 + 차량 아케이드를 통한 지형 파괴
기존에는 적이 장악한 협소한 공간에 아군의 차량과 C4를 이용해 공략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 공격 용도가 아닌 지형 생성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요? C4와 차량 아케이드는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어내는 해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차량에 C4를 부착한 뒤 원하는 위치까지 미리 보내두는 전략을 통해 광범위한 구덩이와 엄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C4가 없다면 차량 체력이 좋지 못한 차를 미리 굴려 목표한 위치에 도달했을 경우 사격을 통해 터뜨리고, 그 폭파 반경으로 패인 구덩이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전장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구덩이 낚시
보통 건물을 돌입할 때, 프로 선수들은 이른바 ‘클리어’ 작업을 수행합니다. 건물 내부에 숨어 있을 수 있는 변수를 함께 확인하고 제거하기 위한 과정인데, 미리 장악한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주변에 구덩이를 미리 파놓고 낚시 포인트를 준비해놓는다면, 성공적인 수비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완벽히 구현해낸 케이스를 소개합니다.
곡괭이 함정 파놓은 GK
https://www.youtube.com/shorts/tKVH-d-snLQ?si=4wWSySEhD9i1XPZv
이러한 지형 파괴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긴 덕분에, 프로 단위의 게임은 훨씬 더 정교해지고 어려워졌습니다. 지형 파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들에 대한 파훼법이 모든 팀들에게 필수 소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파훼법으로는 박격포가 있지만 모든 팀이 다 능통한 것은 아니기에 기본적인 화염병, 블루존, 수류탄 같은 아이템들의 투척 숙련도가 무척이나 중요해졌습니다. 구덩이의 전체적인 모양새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인원의 심리를 파악한다면 좀 더 원활한 공략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마치며
펍지는 단순한 슈팅 게임이 아닙니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하는 생존 게임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총만 잘 쏜다고 승리할 수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전장과 상황, 변수들을 파악하고 직접 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창의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곡괭이로 땅을 파는 장면이 단순한 예능 요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 살아가는 선수들에게 그 한 번의 곡괭이질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이 됩니다.
어떠한 고초를 겪더라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펍지의 본질 아니던가. 이제 프로 선수들은 안전한 자기장과 자리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직접 살아남을 자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펍지는 얼마나 잘 쏘느냐가 아닌 얼마나 살아남느냐를 묻고 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PGS 6 우승팀 예상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지수보이